너무 추워서 극한상황까지 가면 나오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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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서 극한상황까지 가면 나오는 행동


2020. 12. 25.

체력 및 정신력이 남아있는 동안은 인체는 근육을 움직여 어떻게든 체온을 높여보려 노력하는데 이게 바로 벌벌 떠는 현상이다. 이후에는 뇌간에서 신진대사 기능을 하나씩 꺼가면서 에너지를 보존하려고 분투하게 된다. 허나, 체력이 다하여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이 없거나, 잠이 들거나 하여 정신줄을 놓아 버리면, 체력이 바닥나기도 전에 체온 조절 능력을 상실하여 요단강을 건너게 된다. 특히, 술을 먹고 잠들면 자율신경 능력이 저하되어 저체온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 고통 없이 잠든 채로 죽는 것 정도?

저체온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떨림이 사라지고, 추운데도 옷을 벗어버리려는 행동이 나타난다. Paradoxical undressing(이상 탈의)이라고 하며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추위로 인해 뇌간이 망가져 이상명령을 내린다는 설과, 혈관을 수축시키고 있던 근육들이 완전히 지쳐 이완하면서 갑자기 혈류랑이 늘어나(=열이 방출됨) 더위를 느낀다는 설이 존재한다. 이 지경까지 왔다면 환자에겐 이미 정상적인 판단력 따윈 없어진 뒤이다. 그리고 얼어죽기 직전에는 좁은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Terminal burrowing이라는 본능적인 행동을 한다. 동면에 드는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양상이고, 죽기 일보 직전인 인체에 뇌간이 내리는 최후통첩이다.

우리나라에도 저체온증 때문에 옷을 벗었다가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사건이 보도되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2018년 4월에 실종신고된 40대 여성이 수영장 기계실에서 알몸으로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인데, 경찰은 신체에 외상 등 흔적이 없고 평소 간질을 앓았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저체온증으로 인해 무의식중에 옷을 벗었다가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이에 댓글 여론은 '추운데 왜 옷을 벗냐?' 하며 경찰의 무지와 태업 때문이라고 잘못된 비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