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실화영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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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실화영화 '아무도 모른다'


2022. 10. 29.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일어났던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소재로 2004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영화. 일단, 실제 사건과 16년 정도 격차가 있는 터라 시대에 맞닿아 있는 직접적인 고발극의 형태는 아니다. 오히려 슬픈 실화 영화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실제로 감독 또한 인터뷰를 통하여 "비극이 아니라,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단 장난기 있는 제목과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기본 설정만으로 접근했다간 멘탈붕괴를 일으키기 쉽다. 왜냐면 실화가 다 그렇듯이 정말로 답이 없는 암담한 이야기이기 때문.

기본적인 줄거리는 실제 사건과 비슷하게, 엄마가 재혼을 한다고 집을 나가 버리고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자기들의 방식대로 생존해 나간다는 슬픈 이야기다. 워낙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라서 그저 불쌍하기만 하다. 영화는 그나마 엄마를 좀 덜 까이도록 설정해 놓았지만, 사실 실제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이 엄마가 가장 막장인 사건이다. 실제 사건에서는 아이가 죽었다는 뉴스 보도를 보고 있던 집 나온 엄마가 "어, 저거 내 얘기인가?"하고 경찰서로 찾아간 것이 그대로 출두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워낙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딱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맞물려서 아역배우들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수준급의 연기를 선보여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아무도 모른다의 팬이 적지 않다.

실화 왜곡이라는 소리도 나오는데 실제 저 남매의 사건을 보면 장남은 영화처럼 동생들을 챙기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놀기에 바빴으며 막내딸이 죽은 것도 사고가 아니라 장남의 친구 2명에 의한 집단폭행 때문이었다. 그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만, 중간에 집주인이 한 번 방문한 사실이나 막내딸의 시신을 공항 근처에 묻은 이유가 '비행기를 평소에 보고 싶어해서'라는 점은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렇게 실화를 그대로 쓰지 않고 모티브 정도로만 쓴 이유는 이 작품이 전하는 주제가 르포르타주나 사회고발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실화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각색을 했다면 엄마가 원인이다, 혹은 장남이 원인이다 등 관객이 미워 할 수 있는 뻔한 악역을 만들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거기서 더 나아가서 공분을 일으키지만 아이들을 버린 엄마 마저도 이유가 있는 식으로 묘사하며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의 책임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인 동시에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중의적인 의미인 것이다.

여담으로, 본 영화의 모티브가 된 자매들은 다행히도 이후 이름을 바꾸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매들 중 장남은 행방이 묘연하다. 물론 당사자인 장남은 친구들이 저지른 짓에 연루된 이상 입양은 당연히 무리고 평생을 혼자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