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소설 '초한지' 줄거리
본문 바로가기

중국 고전 소설 '초한지' 줄거리


2023. 1. 24.

 

초한지는 진나라 말기부터 전한 초기까지 중원의 정세를 풀어낸 연의 소설. 명나라 때 종산거사(終山居士) 견위가 쓴 《서한연의》가 그 원본이라고 한다.

《삼국지연의》나 《수호지》 등 중국사대기서와 달리 독립된 작품으로 남아있지 않다. 시중에 《초한지》라는 제목이 붙은 책들은 제목만 같을 뿐 서로 다른 작가들이 쓴 별개의 작품으로, 사마천의 《사기》를 뼈대로 해서 진말~서한 초기까지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제각기 살을 붙인 것이다. 《초한지》라는 명칭 자체도 사실상 고우영 화백이 최초로 소개했다. 물론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으므로 줄거리는 모두 비슷하다.


가장 일반화된 줄거리는 진시황의 천하통일 이후 억압받던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초나라 귀족이던 항량과 조카 항우가 난세를 틈타 대두하고, 한켠에선 유방이 몸을 일으키며 세력을 불려 천하를 놓고 대립하다가 유방의 승리로 끝나는 내용이다. 일부 번안가들은 창해공의 진시황 암살음모부터 시작하거나 여불위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마지막 부분도 토사구팽에서 벗어나서 오초7국의 난과 한무제의 즉위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수호지》나 《삼국지연의》와 같이 전형적인 중국식 영웅상인 유방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자신은 무능하지만 인덕으로 주위에 유능한 사람이 몰린다는 중국식 영웅의 원조가 바로 한고조 유방이다. 그외에도 한삼걸의 포스, 항우의 먼치킨스러운 무력과 행적 그리고 비극적인 몰락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 ※ 다만 장량처럼 누가봐도 高스펙, 高경력을 갖춘 실력자가 온 건, 어느 정도 활동 이력이 쌓인 후부터이다. 처음에는 예비군 부중대장, 정육점 번 사장, 시청 소 주임, (구청) 주차경비과 하후 선생, 교도관 조 교위, 의류점 관 사장, 상조(喪助)회사 주 과장 등등 서민층이 주축이 되었다. 이 서민들이 난세를 만나 시련을 겪으면서 ->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 것.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다다익선(多多益善), 국사무쌍(國士無雙), 배수진(背水陣), 사면초가(四面楚歌), 토사구팽(兎死狗烹), 금의환향(錦衣還鄕), 금의야행(錦衣夜行) 등 친숙한 숙어가 다수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동용 축약본부터 완역본까지 다양한 책이 나와 있다. 《삼국지》의 번안 판본이 작가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어도 거의 《삼국지연의》에 압도당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초한지》는 비교적 작가마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면서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구성이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는 이릉대전, 오장원 같은 비정상적인 전개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에게 정신적 압력이 심하게 가해지는 《삼국지》와는 달리, 초한전쟁은 비교적 기승전결이 명확한 사건이라 극화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초한전쟁은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 그 자체가 문학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번역 측면에서도 《사기》는 우수한 판본이 많아 기본적으로 사료를 접하기 쉬운 편이다. 때문에 단순히 《초한연의》의 번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의 개성이 살아나는 편이다.

정비석 《초한지》 5권, 유재주 《초한지》 5권, 김홍신 《초한지》 7권, 김용 《초한지》 5권, 시바 료타로 《항우와 유방》 3권, 유현종 《패왕별희》 5권, 김기진 《초한지》 3권 등이 있다. 최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은 고우영의 《만화 초한지》 8권과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초한지》 12권, 문정후의 《만화 영웅초한지》 5권, 이문열의 《초한지》 10권, 김영문의 《원본 초한지》 3권이다.

보통 가장 무난하게 읽을 만한 작품은 정비석 《초한지》. 고증이나 묘사가 좀 부족하고 정비석 역사소설 특유의 안드로메다로 간 거리감 등의 문제가 있으나 소설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있으므로 《초한지》를 모른다면 읽어볼 만하다. 시바 료타로의 《항우와 유방》이 역사적 고증엔 훌륭하다지만 이 작품은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지나치게 단면적인 경향이 있다.

이문열은 미국에 체류하고 있을 적에 읽은 《사기》를 바탕으로 《초한지》("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 동아일보 연재)를 썼었다. # 연재본 "네 눈은 가죽이 모자라 찢어지고 귀는 머리뼈가 모자라서 뚫렸느냐" 등 별 희한한 욕설들이 일품이다.

사실 본 작품은 본래 종산거사의 《서한연의》를 적당히 평역하여 세월의 모진 바람을 피해가려고 하였으나 막상 읽어보니 사실을 지나치게 비틀고 엇바꿔 도저히 원전으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 《사기》를 원전으로 하여 새로 쓴 작품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작품 또한 오류가 없지는 않지만, 국내에 나와 있는 다른 많은 《초한지》(특히 역사적 오류가 많은 《서한연의》나 후대 군담소설을 베이스로 한 것들)들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김용 《초한지》의 경우, 인물평보다는 문학적 재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느 한 인물에도 작가의 주관적 견해가 없으며 스피디한 전개와 묘사가 일품이다. 극찬받을 만한 부분은 《초한지》란 모티브로 사랑과 우정, 권력의 몰락 등 인간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에서 연재했던 소설인 유현종의 《패왕별희》는 항우와 우희의 찐한 베드신이 자주 나와서 재미가 쏠쏠하다.

만화로 본다면 역시 균형적인 인물 구도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자랑하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항우와 유방》이 가장 볼 만하다. 항우와 유방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객관적 시각에서 솔직담백하게 인물들을 묘사해내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원전이 《사기》와 같은 1차 사료가 아니라 후대의 군담소설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점은 감안하고 보는 게 좋다. 이걸로 《초한지》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아서 사료적 근거가 전무한 후대 창작들을 진짜 역사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실제 《초한지》 무대를 직접 탐방한 이야기도 실려 있는 등 여러모로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장점은 있다. 국내작은 고우영 화백의 《초한지》가 가장 추천을 많이 받는다.

작가에 따라 유방과 항우의 묘사가 천지차이인데, 시바 료타로의 경우는 유방의 매력에 대해 서술하고 왜 유방이 인기있는가에 대해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며 정비석의 경우는 전통적인 덕 있는 유방을 묘사하며, 영화 서초패왕은 항우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유방을 간사한 악인으로 그린다. 그 외 드라마 초한전기에선 유방을 복잡한 면모가 있으면서도 매력 있는 인물로, 항우를 단순하고 성급한 성격의 인물로 그렸다. 고우영 《초한지》의 경우에는 유방이나 항우나 다 거기서 거기고 한신이 주목받기도 한다.

애정관계의 재해석도 재미있는 소재. 작품에 따라 유방과 우희 사이에 썸씽을 만들기도 하고, 항우와 여후 사이에 썸씽을 만들면서 다각관계로 꼬아놓는다.

SF 판타지 작가 켄 리우는 《초한지》에 대한 서구 SF판으로 《민들레 왕조 연대기》를 집필하였다. 작가 본인은 이를 《초한지》에 대한 초호걸역이라고 불렀다.

2019년 교유서가에서 《원본 초한지》를 출판했다. 국내에는 지금까지 축약하고 창작된 《초한지》는 많았지만, 《초한지》의 원본을 완역하여 소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게 최초 번역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초한지》’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신각 검소각비평 동서한연의》(新刻劍嘯閣批評東西漢演義) 중 《서한연의》를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이다.

2021년 8월초에 탐나는책 출판사에서 《교양으로 읽는 초한지》를 출판하였다. 창해 역사의 진시황 암살 미수사건부터 유방의 천하통일까지 다루었으며 원본 초한지가 다소 어려운 독자들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