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7.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인력 유출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력 유출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경력있는 포닥 연구원들이 해외로 떠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중국, 사우디같이 대우 좋은 곳으로 떠나는 연구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쓰는 한 기술은 자연스레 유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포닥 연구원들은 연구성과의 상당수를 지탱하는 고급인력이자, 해외 이적이 자유로운 계층이다. 탈원전으로 인해 포닥들이 일할 분야가 한정되어버리면 당연히 포닥들은 해외로 간다. 더 대우가 좋기도 하고. 이렇게 되면 아무리 탈원전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소를 설립해봤자, 연구하러 올 사람이 없다. 안 그래도 세계적으로 고급인력이 부족한 분야인데, 여기에 정부가 훼방까지 놓는 모양새. 그러면 그 사람들이 떠나고 난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기술, 핵폐기물 처리 기술같이 정작 탈원전에 필요한 기술도 완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탈원전 정책이 탈원전 실현의 어려움을 가져온다는 역설은, 독일이 먼저 경험한 바 있다. 참고로 독일 원자력계는 지금 원전 해체기술, 핵폐기물 재처리의 중요 기술 상당수를 잃어버렸는지라 완벽한 탈원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탈원전을 위해서는 원자로 해체 기술, 폐기물 처리 기술 등의 많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 = 인력 공급 + 적절한 시간과 지원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측의 탈원전 정책 공표로 인해 인력 공급도 어렵고, 검토라는 명목으로 잘 진행된 연구를 중단시켜, 연구 실적 기한을 맞추지 못하게 하여 프로젝트를 날려버리는 등, '탈원전 정책을 한다면서, 탈원전 기술 개발은 막겠다는 매우 모순적인 행태를 보인다.
독일에는 원전 해체기업 Siempelkamp(절단 전문), GNS(페기물 처리 전문) 등 여러 업체가 있으나, 실험로와 실증로만 해체했을 뿐이고 그나마도 중소 업체로 따로따로 기업이 나누어져있다. 그래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로 인해 그나마의 기술자들도 해외로 흩어져버리는 추세다. 반면에 원자력 생태계가 유지되는 프랑스나 영국, 미국같은 국가에서는, 탈원전으로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붕괴한 독일에 비해서 원자력 해체 기업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며 기술 진척도 독일보다 훨씬 잘 되어있다. 이는 원자로 해체 기술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작정 탈원전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자력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
원자력공학과에 대한 지원자 감소, 원전관련 기업들의 부도 등으로 이어져 50년 넘게 키워온 원자력 기술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신 해외수출을 하라지만 국내수주가 바로 그 해외수주의 발판이다. 애당초 이 스탠스를 취하면 국내에 수출의 주체인 원전 전문가가 양성될 리가 만무하다. 교육단계에서부터 모조리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여당 의원이 영국에 대한 수출 협상에 대해서 탈원전 기조에 위배된다며 그만두라는 발언까지 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급감했으며, 2018년 입학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생 32명 중 무려 6명이 자퇴했다. 이미 몇 년 전에 입학하여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마저 어떻게든 전과 등을 통해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증언도 들려온다.
신형 연구용 원자로의 건설이 확정되었다. 연구용 원자로는 이미 탈원전을 표방한 독일도 가동하고 있으며, 호주는 원전이 없음에도 연구용 원자로는 운영하고 있다는 점, 연구용 원자로는 의료나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에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과 핵잠수함 만들어야 할 때도 최소한 연구형 원자로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이점을 비춰봐서 앞으로도 탈원전을 명분으로 연구형 원자로까지 전부 없애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