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건설을 주도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강원도가 지분 44%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다.
2022년 9월 28일, 강원도는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의 대출 만기일이 도래했으나, 공사가 상환하지 못하고 기한이익상실 (EOD)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빚 보증을 선 강원도가 대신 갚아주어야 하지만,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채무 줄이기 기조를 위해 회생절차를 선택했다. 레고랜드 코리아의 현재 부채규모는 약 3,800억원, 부채비율은 600%에 달하며, 기대 이하의 매출로 강원도에 임대료도 내지 않고 부채 원금을 갚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강원도가 대출금을 떠안도록 전임 최문순 지사 때 약정이 되어있어 도 재정에 앞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 선택은 한국 채권 금융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만 가져왔다.
2022년 10월 5일, 레고랜드 설립을 위해 채무보증을 선 2,0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CP)과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가 최종 부도처리 됐다. 이러한 결정으로 신탁 계정을 통해 해당 ABCP를 사들인 주요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문제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보유한 증권사는 10곳으로, 이 중 신한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550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강원도의 채무상환 불이행 리스크로 인해 증권사 흑자 도산설이 거론되고 있으며 또한 건설업계로 전이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것으로 여겨져 온 지방자치단체의 신용이 깨진 것에 놀라 이번 사건을 '워치리스트'에 등재를 검토,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도에 영향이 있을지 모니터링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한 다른 지자체 사업들에 대해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민간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미 사태는 채권 시장으로 번져 우량기업(AAA등급)인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가 10월 17일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전액 유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량기업의 자금조달마저 차질을 빚을 정도로 채권 시장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심지어 이 여파는 부동산, 재개발 시장에도 번지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특별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PF가 8,250억원 자금조달 실패로 인하여 시공사들이 손실을 떠안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태가 커지자 김진태 지사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 문제가 된 ABCP 2,050억원에 대해 2023년 1월까지 전액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회사채 시장 전반으로 유동성 위기가 확대됐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방채는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 모라토리움이 선언되지 않는 국채에 준하는 신용도를 가진 것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김진태는 이런 지방채를 안 갚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통해 부도위험 0%인 우량채권, 그것도 한 국가의 지방채도 "정치적 결단에 따라 부도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면서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이 되었다.
애초에 이런 통수를 맞을리 없다고 평가했으니 AAA등급으로 분류했던 건데 상환능력이 있는 보증인이 전임 지사 물먹이기, 그러니까 정치적 보복 따위를 이유로 디폴트를 선언했으니 'AAA가 아니었다, 그 이율을 매길 물건이 아니었다.'고 재평가 하는 것은 그냥 시스템적으로 강제되는 절차에 가깝다. 이번에 드러난 변수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짜여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정치적 리스크까지 고려한 채권 금리는 이전보다 더 높을 것은 뻔하기 때문에 계속되는 금리 상승까지 겹쳐 채권 시장은 더욱 얼어붙는 결과가 되었다.
AAA등급의 지방채마저 회생절차에 돌입하니 국채의 신용도까지 하락하고, 당연히 이보다 낮은 신용등급의 은행채와 회사채는 버틸 수가 없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원금 회수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은행채와 회사채를 시장에 던지고, 기업에서 새로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사는 사람이 없으니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는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일단 사업을 벌여놓고 분양할 때까지 대출로 버티는 부동산 개발사업들은 도미노 파산 우려가, 그리고 이곳에 돈을 조달했던 제2금융권, 저축은행들도 위기에 놓이게 된다.
레고랜드 건설 추진 과정은 무리하다 비판할 수 있겠지만, 건설 자체는 여타 지자체장들이 벌이는 사업과 유사하고 이번에 문제가 됐던 채무 2,050억은 연간 7~8조 규모인 강원도 예산 내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한 금액이었다. 심지어 해당 채권은 채권단에서 "만기 연장을 해주겠다"고까지 한 상황이었다. 즉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섣부르게 국채에 준하는 지방채를 안 갚겠다 선언해버려 신용으로 움직이는 자본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AAA등급의 신용도를 박살내버린 것은 전적으로 김진태의 잘못이다.
일각에서는 김진태 지사가 전임자인 최문순 전 지사의 레고랜드 마무리 사업 등을 지우는 행동을 위해 정치적 판단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김진태 본인도 과거 본인이 출마한 선거에서 레고랜드 개장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고, 사업이 지연되자 최문순에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할 정도로 레고랜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김진태 지사의 무책임하고 정파적인 판단 때문에 경제에 큰 악영향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추가로 본인이 깊게 몸담은 정당인 국민의힘이 '경제는 보수'라는 오랜 슬로건을 밀고있는 정당임에도 이런 경제적인 피해, 그것도 국채와 연관이 깊은 부분에 피해를 입힌 것은 본인 뿐만이 아닌 소속 정당의 아젠다에도 역대급 피해를 입히는 무리수 중 상무리수라고 볼 수가 있다.
애시당초 경제는 보수라고 말하는 자들이 자본 시장의 핵심인 '신용'으로 장난치는 행위를 가볍게 봤다면 그들은 경제를 논할 자격이 없다. 이번 김진태의 디폴트 쇼는 노조의 활동을 강경하게 비판하는 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그 노조 활동과는 비교가 안될 수준의 규모로 한국 자본 시장의 펀더멘탈을 흔든 사태이다.
정부의 긴급대책은 50조원의 유동성을 한방에 직접 푼다는 것이 아니고, 보증을 대신 서준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리즈 트러스가 촉발시킨 영국 국채폭락 사태 때 했던 것과 비슷한데, 그 당시에는 선언한 돈의 3분의 1도 집행하지 않았고, 채권과 파운드화는 240조를 태운 후에야 안정되었다. 이미 최소 2주는 전에 했어야 할 일을 뒷북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하는 일이며 이걸 한다고 환율과 금리가 (그럴 가능성은 높지만) 무조건 폭등하는 것만은 아니니 지켜보는 것이 좋다.
물론 그냥 돈만 갚으면 되었던 IMF 때와 달리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국가 채권의 신용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거라 완전한 해결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른다. 일단 50조를 태우는 거 이상으로 더 태워야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렇게라도 돈을 마구 태워야 하는 것은 만약 중견기업 급이 부도라도 나면 연쇄부도가 나서 IMF 사태의 재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가 순식간에 불과 2천억으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에 올라간 셈이다.
또한 강원도는 이번 사건을 어찌저찌 수습한다고 해도 이미 자신들에 대한 신용을 매우 크게 잃어버렸다. 따라서 투자자들한테 앞으로 최소 수년에서 수십년동안 '누가 강원도를 믿고 투자하겠냐?'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서는 지방정책에 대한 투자요인을 감소시켜 두고두고 해당 지방경기에 장기적인 문제를 일으킬 공산도 있다. 적어도 김진태 지사가 강원도 지사 자리에 있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접한 많은 이들 사이에서는 "경제 테러리스트", "김진태의 난"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으며, 김진태 지사가 사퇴하여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퇴한다고 현 사태가 수습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런 짓을 하면 직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본 사태는 비슷한 시기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일으킨 파장처럼, '경제 문제를 정치적 접근법으로 흔드는 행위가 어떻게 현대자본주의 및 금융시스템의 대들보나 다름없는 신용체제를 교란시키고, 그로 인해 얼마나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며,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