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사건, '군 장비 파손' 발언으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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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망 사건, '군 장비 파손' 발언으로 논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채 상병 특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반대 토론에서 채 상병의 사망 사건을 '군 장비 파손'에 비유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주 의원의 발언은 야권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 기록에 따르면 4일 새벽 주진우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반대 의견을 피력하던 중 "이게 사망 사고가 아니라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라고 가정해 보자"라고 언급했다. 이어 "군 장비를 파손했을 때 군에서 조사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일주일 만에 여덟 명을 조사하고, 파손 책임을 물어 그들의 집을 압류한다면 군 입장에서는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의 발언은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수사보고서에 임성근 사단장 등 지휘관 8인을 혐의자로 특정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의 초기 조사과정을 겨냥한 것이었다.

 

주 의원은 현장에서 야권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사망 사고의 엄중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이 사건을 들여다보는 게 고통스럽다. 이 사건의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는 예시를 생각해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 의원은 이어 "사건이든 파손 사건이든 조사의 체계는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20억 원 정도의 군 필수 비품이 파손되었다면, 보초를 서던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비유했다.

 

야권은 주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고, 손괴가 아니라 사망"이라며 "장비는 새로 살 수 있지만 아들은 되찾을 수 없다"고 주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물 속에 해병대원들을 장비 대신 넣은 건가"라며 "기계를 뒤집어도 사람은 억지로 넣을 수 있으니까 사람을 장비처럼 다룬 것"이라고 주 의원을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은 장비와 사람을 같은 선상에 두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검찰 특수부와 대통령 측근에 가득하다는 사실이 처참하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거쳐 의원이 된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국민의힘의 인면수심에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인면수심 정권의 민낯"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주 의원의 발언을 국민의 생명을 모욕한 행위로 규정하며 정부여당을 한데 묶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