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강화된 금연 정책과 담배에 대한 인식 악화로 많이 줄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는 흡연에 대해 매우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역, 터미널, 술집,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예사였고 연소자 관람가 영화 상영 중인 극장 상영관 내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차나 비행기, 버스 등 교통 수단의 내부, 종합병원 진료 대기실에도 재떨이가 구비되어 있었다. 지하철도 예외가 아닌데 2호선 지상 구간인 뚝섬-강변역 구간에서 창을 열고 담배를 피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었다. 심지어 1990년대 중후반에 방영된 TV 프로그램을 보면 집안에서 자유롭게 흡연하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나왔었다. 게다가 어린이용 프로그램이나 도서에서도 ‘아빠’의 상징으로 신문과 담배를 보여주곤 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UN 총회 회의장 풍경을 촬영한 사진만 봐도 각국 좌석 옆에 놓여있는 재떨이와 각국대표의 흡연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 교무실은 물론이고 중고교에서는 간혹 수업 중에도 담배를 피우는 선생님들이 80년대 중반까지는 있었으며 그 세대의 학생들은 교실에 있는 재떨이가 꽉 차면 치우는 게 일상일 정도였다. 심지어는 대학교 강의실에도 재떨이가 있어서 강의 중간의 쉬는 시간이나 강의가 끝난 뒤에 담배를 피웠고, 군대에서도 병장들은 내무반 안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게다가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수업 도중에도 담배를 피웠을 정도이다. 또 시내 버스 운전기사도 운행 중에 담배를 버젓이 피우기도 했고, 운전대 옆과 승객 좌석에는 재떨이가 달려있었다. 아마도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까지는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이다.
"90년대 이전에는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도 담배 연기와 냄새를 그냥 마른 풀 태우는 냄새 정도로 인식했는데, 금연 정책으로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것이 계속해서 강조되다보니 결국 담배 연기와 냄새가 악취로 인식이 변하였다"는 흡연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있지만 절대 사실이 아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일단 비흡연자 입장에서 담배 연기는 맵고 쓰다. 게다가 담뱃진이나 담배 냄새가 불쾌하더라는 묘사 등등은 19세기의 문학 작품에서도 등장하며, 골초인 셜록 홈즈만 해도 당장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담배를 피우고자 할 때에는 꼭 허락을 구한다. 더 옛날로 가면 17세기 인물인 성호 이익도 담배는 이득도 있지만 냄새가 나빠서 그 해악이 첫째라고 깠고 서양에서는 제임스 1세도 담배 연기를 지옥불에 비견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담배 냄새가 그냥 건초 연기 같니 어쩌니 하고 핑계대는 건 그냥 거짓말이다.